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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모든 것들의 리뷰/서평 - 그 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독후감

by 남다른 IT 개발자 2022. 1. 10.

 한 사람의 내면에 단단하게 쌓아 올려진 집과 방에 관한 낯설고 친밀한 이야기

 

 

  이 책은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살아왔던 집들과 그 집들을 배경으로 한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건들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으로는 가부장적인 제도 안에서 집의 각 공간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작가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나는 이 책을 독서 모임에서 읽었는데 실제로 독서모임에서 이 책에 나오는 작가의 생각이 불편하다고 불참을 선언하신 분도 계셨다. 

 

그곳에 살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집은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는 이 책을 읽자마자 깊은 흥미를 가지고 빠져 들었는데 작가와 내가 살아온 공간적인 궤적이 비슷하기 떄문이었다. 나는 작가처럼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스무살 때 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생 때는 신림동 근처에서도 살았었고 고양시 일산으로도 과외를 하러 많이 다녔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지명과 배경들이 너무나 반갑기 그지 없었다. 작가가 묘사하는 배경들이 내가 추억하는 옛 동네 모습들과 겹쳐서 떠올랐다.

  이 책의 구절 중 가장 공감하는 구절은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 삶의 배경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도 내가 살아온 집들과 그 집들이 나에게 미쳤던 영향들을 떠올려 보았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화분이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을 생각해보면 솔직히 집의 구조나 세세한 모습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또렷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화분으로 가득한 베란다의 모습이다. 화분 가꾸기를 좋아하는 어머니 때문에 현재 부모님 집도 거실 한편으로 화분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에도 화분들이 있다. 자취를 하면서 방을 꾸밀 때 가장 많이 찾아본 방 사진들이 플랜테리어로 꾸민 집들이 이었다. 

  이 책 덕분에 내가 자랐던 집들과 그 집에서 보냈던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방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방을 꾸미면 나에게 긍정적인 것으로 채워 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또한 앞으로 이사할 일이 생기면 내가 살아갈 삶의 배경을 고른다는 생각으로 이사갈 동네와 집을 신중하게 선택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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